기금형 퇴직연금 논란 | 퇴직연금 수익률 높이려다 노후 안정성 흔들릴까?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논의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디폴트옵션 개편과 국민연금 연계 방안까지 거론되며 노후 준비 전략에 변화가 예상됩니다. 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시도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 쟁점들을 쉽게 정리해드립니다.
기금형 퇴직연금, 왜 다시 논의되나?
퇴직연금 수익률이 최근 10년 평균 약 2%에 그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정부와 정치권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처럼 개인이 선택해 운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민연금처럼 자산을 모아 공적 기금 형태로 운용하는 제도입니다.
기금형 방식은 연금 자산을 전문 운용기관이 투자·관리해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432조 원(2024년 말 기준)에 달하지만, 운용 방식은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분산되어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입니다.
수익률 개선이냐, 안정성 유지냐
기금형 제도의 핵심 논거는 ‘수익률 개선’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정부가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에서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제외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가진 중장년층은 불안감을 표시합니다.
실적배당형 상품이 주로 편입될 경우, 시장이 불안정할 때 손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퇴직연금의 목적이 ‘노후 안정성’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수익만을 목표로 한 개편은 오히려 제도에 대한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고3 국민연금 자동가입’도 연금정책의 변수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고3 국민연금 자동가입’ 제도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만 18세가 되면 정부가 첫 보험료를 납부하고 자동 가입시키는 방식인데, 매년 5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됩니다.
정책의 취지는 가입기간을 늘려 연금 수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지만, 청년층 사이에서는 실효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도 존재합니다. 아직 취업도 하지 않은 고등학생을 연금제도에 편입시키는 것이 과연 현실적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연금개혁, 수치가 아닌 사람 중심이어야
현재 논의되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디폴트옵션 개편, 고3 자동가입 등은 모두 장기적인 노후대책과 연계된 중요한 사안입니다. 하지만 수익률과 비용이라는 수치 중심 접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연금은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라 국민 생활의 안정망입니다. 개인의 소득 수준, 직업 유형, 투자 이해도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한 맞춤형 제도 설계가 요구됩니다. 특히 저소득층과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을 고려하지 않으면 어떤 개편도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주요 용어 정리
- 기금형 퇴직연금: 개인별 운용 대신, 전체 자금을 모아 전문기관이 통합 운용하는 제도. 수익률 제고가 목표.
- 디폴트옵션: 퇴직자가 별도 선택을 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가입되는 기본 운용 방식.
-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 성과에 따라 이익 또는 손실이 발생하는 금융 상품.
- 원리금보장형 상품: 예금처럼 원금과 약정된 이자 수익이 보장되는 안정형 금융 상품.
- 국민연금 자동가입: 만 18세(고3)에 도달하면 정부가 대신 보험료를 납부하고 연금에 자동 가입시키는 정책.
결론: 실수 없는 개편, 철저한 설계가 필요하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은 것은 분명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를 개선하려는 정책이 또 다른 위험을 낳지 않도록 조율이 필요합니다. 제도의 신뢰는 수익률이 아니라, 가입자가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설계’에서 나옵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가입자 중심의 접근을 통해 단기적 성과가 아닌, 장기적 안정성을 지향하는 연금 개혁을 추진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