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대선일, 쿠팡도 멈춘다 | 택배노동자의 투표권 보장 첫걸음
6월 3일 대선일에 쿠팡을 포함한 주요 택배사들이 배송을 중단하며, 특수고용 택배노동자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택배 없는 날'이 처음으로 현실화됩니다.
오는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을 맞아, 국내 주요 택배사들이 일제히 배송을 중단한다. 이른바 ‘택배 없는 날’이 현실화되며,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 기사들의 참정권 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받게 되었다.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택배, 우체국택배는 물론, 이번에는 쿠팡도 로켓배송을 멈춘다. 선거일에 배송을 쉬기로 한 건 쿠팡으로선 처음 있는 일로, 기업의 입장 변화가 주목된다.
택배노동자들은 대개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일한다. 주 6일, 일부는 7일 근무에 시달리며 사실상 선거일에도 쉬기 어렵다. 법적으로 유급휴일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택배노조는 "참정권은 헌법적 권리이며,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누구나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치권도 이에 호응하면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특히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모든 시민이 투표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며 정책적 개입에 나섰다.
택배노조는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노동자는 주 365일 중 하루도 쉬기 어렵다”며 선거일 하루만큼은 배송을 멈추고 투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요구에 택배업계는 당초 ‘고객 불편’을 우려했지만, 결과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우선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 쿠팡 역시 논란이 커지자 배송 중단을 공식화하며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이번 결정은 노동권과 참정권이 충돌하는 구조 속에서 후자에 힘을 실은 상징적 사례다. 그러나 휴무에 따른 후속 과제도 만만치 않다. 택배업계는 대선일 하루 휴무로 인해 적체될 배송 물량이 다음날 폭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하루 쉬고 이틀 치 일한다"는 우려가 기사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택배노조는 대체 인력 투입 등 후속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에 맞춰 공직선거법 개정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학영 의원은 '모든 근로자에게 투표시간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단지 택배기사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음식배달, 플랫폼 노동자 등 다양한 특수고용직 종사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이다. 만약 해당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투표도 노동의 일부’라는 새로운 인식이 제도적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이다.
결국 이번 ‘택배 없는 대선일’은 단순한 하루의 업무 중단이 아니다. 이는 고용구조에 따른 권리 불균형을 사회가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시험대이며, 대한민국이 노동자 개인의 시민권을 어떻게 인정하느냐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민주주의는 단지 투표함 앞에서가 아니라, 그에 이르기까지의 길에서 완성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다시금 확인하고 있다.
주요 용어 정리
- 택배 없는 날: 선거일 등 특정일에 배송을 중단하고 택배노동자들이 휴무하는 제도적 결정.
- 특수고용노동자: 근로계약이 아닌 도급 또는 위임 계약을 기반으로 일하는 독립 사업자 형태의 노동자.
- 참정권: 국민이 선거 및 정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헌법상 기본권.
-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용 형태에 관계없이 모든 근로자에게 투표 시간을 보장하는 법안.
- 로켓배송 중단: 쿠팡의 빠른 당일 배송 서비스가 처음으로 대선일에 멈춘 상징적 조치.